2010/07/20 14:39

정민아 - 무엇이 되어 from RECANDPLAY.NET on Vimeo.



"아빠"
"왜"
"왜 아프면 자꾸 귀신이 꿈에서 나오는 거야?"
"몸이 약해지면 원래 그런거야."
"왜?"
"그게 본능적인 자기방어기재야."
"응?"
"아, 그러니까 아프면 주위를 더 조심해야 되고 걱정해야 하니까 사소한 것에도 반응이 크게 와서 그런거야."
"안아픈 방법은 없어?"
"없어."
"그럼 후, 아프긴 싫은데."

눈물이 떨어진다.

독감.

아들. 울지마라.
이제 넌 겨우 부산행 서울 열차에서 광명을 지났을 뿐이다.


10년간 월급통장을 구경 못해본 아빠도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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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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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도비상도 [道可道非常道] , 노자 도덕경 첫머리에 나오는 말인데 짧은 수준으로 풀이해보면

"말하는 도는 도가 아니다" 뭐 이런 뜻이다.

전작보다 좋네 나쁘네 말들이 많아서 솔찮히 걱정했지만 최동훈 특유의 문법이 잘 살아있다. 좋다. CG도 그만하면 흡잡히거나 창피할 이유 없다. 빠른 호흡으로 거침없이 풀어나가는 이야기, 좋고 적당한 호흡과 대사 좋다. 유해진은 반발자국만 더 갔으면 넘버3의 송강호만큼 갔을텐데 좀 아쉽고, 아쉬워도 그만한 배우는 역시 없고,

최동훈은 도에 대해서 공부 많이 했나보다.

호접지몽부터 노자의 탈가식(?) 탈형식(?)(아무래도 탈형식이 맞겠지?) 아, 생각났다. 탈가치의식, 반형식 뭐 이런거에 대한 아주 상업적인 풀이도 좋고 캐릭터에 잘 녹아 났다. 류승완이가 도술의 개념을 생활의 달인 수준으로 이해했다면 최동훈은 거의 BBC 다큐 깊은 바다 수준으로 이해한 정도의 차이.

, , 三, 無가 전체 속에 녹아있고 허담의 마지막 페이크에는 호접지몽의 그것이 녹아있는 게 아주 짝짝 입에 달라붙더란 말씀.

최고는 역시, 넌 암컷 드립과 예수님의 피 개그.

말 바꿔서 아바타. 일산 CGV 아이맥스3D로 감상.

최동훈이가 열심히 공부하고 고민해서 모나미 그림물감과 아크릴 물감에 굳어버린 붓으로 포스터 그릴 때
카메론 형은 역시 돈질로 입 딱 벌어지는 혁명을 창조. 이건 뭐 말할 필요도 없는 터미네이터2 이후 최고 충격의 영상.

그러나 비유띠 버뜨 but

현실에 대한 철학적 깊이,
영화문법에 대한 현학스러움,
정치적인 올바름.

모두 최동훈 감독이 우월해 보임.

최동훈이 카메론에게 진 것은 단지 돈, 투자, 시장 뿐.

대한민국에 최동훈 같은 감독이 있어서 카메론 있는 미국이 안부러운 것임.

아, 자본력은 캐 부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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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어날 수,

겸손할 겸.

빼어나되 겸손하게 살아라.

두달간 각종 정보를 바탕으로 획수와 변, 조화를 감안하여서 만든 이름

흔하지 않고 발음이 어렵지 않으며

행여 놀림감이 되거나 무시당하지 않을 이름.

이름을 부르면 차분해지고 정감있으며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없는 이름.

그래서 고민끝에 만든 이름이었다.

수겸.

차수겸.

아들.

짓고나니 정말 뿌듯했었다.

아, 이름, 부르기 참 좋다.

편하지만 쉽게 생각할 수 없고, 복잡하지 않지만 단순무식하지 않은 이름.

잘 지었다고 생각했다.

어제,


아들이 묻는다.

"아빠, 이름 누가 지었어?"

"왜?"

"후, 그냥"

"뭣 때문인데...."

"애들이 놀려서..."

"뭐!! 누가!! 이름이 뭐가 어떻다고 애들이 놀려!!"












"애들이 자꾸 나보고 옥수수 수겸 차!래!""











1학년 6반 샛퀴들 ㅠ,.ㅠ;;; 엉엉!! 싸울래연!!



붕붕아, 미안.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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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저녁.

마눌이 김장 했단다.

삼겹살 덩어리로 수육을 만들고

굴이 반쯤 들어있는 것절이 보쌈으로 기분좋게 배를 채우고

한마디 했다.

“여보, 나 금연 4일째”

그리고 잤다.

새벽녘, 꽐라가 된 후배가 전화를 했다.

“형! 시발, 아직도 아이폰 못질렀어!!”

전화를 받은 아내는 “저, 오빠 자는데…”라며 말을 못 이었다고 했다.

꽐라가 된 후배에 머리에 두려움이란 없었다.

“아, 형수님, 저 00인데요!!, 형 아이폰좀 사주세요!! 금연도 했데요… 엉엉”

다음날 아침.

마눌신께옵서 여쭤 보신다.

“아이폰이 그렇게 좋냐?”

“네”

“마누라 보다 좋냐?”

“…”

“내가 10년동안 담배 끊으라고 말해도 안들어 먹더니 아이폰 때문에 담배도 끊냐?”

“…”

“사라…”

“여보님. 사랑해.”

사무실 도착 후 마침 아이폰을 찾으러 가는 모팀장과 함께 용산 모 센터에 도착.

“아가씨.”

“네?”

“여기 예약해야만 받아요?”

“네”

“그냥 줄 수 없어요?”

“네”

“남는 건 있어요?”

“네, 내일 나갈 거는 미리 입고 된 것은 있어요.”

“책임자 좀 불러주세요. 그리고 구경하게 블랙 16기가 하나 줘 보세요”

“네”

책임자가 왔다.

“아저씨, 이거 나한테 파세요.”

“손님, 죄송합니다. 이거 내일 고객분들께 전달할 물량이라…”

“개통은 안됐죠?”

“네”

“어이쿠, 미안, 내가 보다가 박스를 뜯어버렸네…”

조용히 책임자가 나가더니 가입신청서를 가져온다.

“손님”

“네”

“처음 뵙니다.”

“뭘요?”

“당일날 아이폰 개통하시는 분요.”

“뭘요. 평소에 교과서 중심으로 배운 결과이빈다.”

그리하여 아이폰 득.

덤벼라 세상아.

오늘의 존경순위.

1위. 마눌신
2위. 잡스
3위. 후배샛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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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게 말이야.

다른 것들은 모두 이상 쪽으로 가는데
미술만큼은 이드(ID)쪽으로 회귀해.

왜, 프로이트 형이 말했잖아. 이드, 에고, 슈퍼에고.

예를 들면,
MB 횽아가 전 국토를 삽으로 평정하겠다고
웃통 까고 강바닥 뒤집어 엎는건 이드

정색을 하며 
세종시는 자긴 잘 몰랐고 정치 초년병이라 오케이 한거다는 에고

어린이날 놀러온 아이들과 뽀뽀하며
완전 자상한 할아버지 흉내 내는 건 슈퍼에고....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 횽아들은 말이지.
최대한 현실의 이미지를 아름답게 왜곡해서 그렸어.

물론, ‘그럴듯함’이 빠지면 안되지.

르누아르 횽아,
다빈치 횽아,
뭐 등등...

보면 딱, “아, 시발, 존나 아름답구나” 하잖아.


그러다 모네 본좌가 딱 나오는거야.

니들 눈까리에 보이는 게 보이는 게 아니다 하면서 말이지.

현실이 a1, a2, a3..... 졸래 관점에 따라 바뀐다고 그림으로 말해.

급존경 감이야.


거기에 달리 같은 양반이 등장하면서
미술이 이제 막 가지.

막가자는 거지요?

사실, 이말은

노통이 검사들한테

“막하자는 거지요?”

를 조선일보가 왜곡한 거잖아.

이 이야기를 왜 하냐고?


현실은 내 이념의 상자를 어떻게 꺼내냐에 따라 다른거거든.

위에 봤던 모네형 그림처럼

똑같은 사물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졸 달라진다니까.


1991년도에 처음으로 케텔을 썼어. 그러다 93년도에 피씨-서브로 옮긴건
순전히 모자이크란 최초의 웹브라우저 때문이었지.

그 때 피씨-서브에서 AOL(아메리카온라인) 접속하는 비용이
국제전화에 1/10정도였거든, 올레.

모자이크가 왜 모자이크냐면
사진 한 장을 받을 때
처음 사진은 까맣거나 빨개.
그러나 한 몇분 지나면 이게 4분할 되면서
빨노파깜, 이렇게 색이 분할되지.

그리고 또 한 몇분지나면 이 4분할들이 다시 4분할, 4분할.....

이렇게 되면서 그림 한 장이 완성되는거야.

한 반나절이면 사진 한 장을 전송 받을 수 있어.

물론 19금.

후, 몬드리안 본좌 그림을 보면서
“시발, 저건 유치원생도 그리겠다”라고 생각한 횽아들은 반성해.

몬드리안은 저걸 80년 전에 이미 그려놓고

미래를 예견한거야.

이미지의 원초적인 상은 바로 저 몬드리안의 그림부터 시작해.


말이 좀 빗나갔는데... 어쨌든...


이드


에고


슈퍼에고



누군가의 욕망이 그림처럼 아름답게 나타났으면 좋겠어.


누군가의 이드가 현실이 될 때

어쩌면 우리는 지옥에 있을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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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리트란 사람이 있어.

벨기에 노인넨데 20세기 초반에 살았지. 아마.

미친놈이야. 회화로 철학할 수 있는 건 미친놈들 밖에 없어. 미친 천재.

뭐, 난 존경해.

미치지 않고서야 그런 그림은 못그리니까.

현실이 과거가 되면 뇌는 과거를 포장하거나 왜곡하기 시작해.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말이야.

하늘이 달을 품었건 나무가 달을 품었건 이유는 사라지고 현상만 남지.

자이가르니크 신드롬이 발현되는 시점이야.

그 뒤부터 과거는 넘사벽이 되는거야.

시발, 이를데 없이 완벽했던 사람.

공고한 벽을 치고 아무도 못기어오르게 하는거지.

30세 넘는 이성없는 인간들의 상당수가

20대 초반에 길고 좋았던 연애를 한 사람들이야.

그들만의 벽에 공구리 쳐 놓고 모든 사람들을 재단하기 시작하면

이제, 연애, 훗. 끝인거지.

그렇게 될수록 기억은 더욱 왜곡돼.

이성이 별뜻없이 한 행동이 대뇌속에서는 과잉 포장돼.

사람이 위험한 상황에서 몸을 움추리는 것처럼

기억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애써 상처였던 부분까지 아름답게 포장하려는 속성이 있어.

그래서 흘러간 과거는 늘 아름다운 법이잖아.

문제는 이러한 과대포장된 과거를 현실에서는 넘을 수 없다는 말이지.

보이는 것, 보이지 않는 것, 보일 수 없는 것, 본 적 없는 것, 볼 수 없는 게

혼재되기 시작하면 이젠 독신자용 80세 보장 특약보험(결혼시 파기) 같은 걸

가입해도 아무 상관 없어.

어차피 자신이 공구리 쳐 놓은 벽을 넘는 사람도 없을 뿐더러 간혹 그 비슷한 사람이 생겼더라도 항상 비교하면서 살게 뻔하거든

둘다 불행해지는 거지.

현실의 알토란 같은 상대는 졸라 많은데 형이 만들어 놓은 신전은 저 위에 있으니

예수, 부처, 성모 마리아 아니면 그 누구도 어떻게 할 수 없는거야.

언제까지 뒷통수만 보면서

징징거릴꺼야.

네가 바뀌지 않으면

이 수많은 인간 중에

누굴 잡아도 똑같아.

인간은 다 똑같아.

거죽만 다를 뿐이야.

네가 바뀌지 않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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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8 12:50

에셔 형아.

낮도깨비 같은 형아야. 풀네임은 모리츠 코르넬리스(?) 에션가? 암튼 우리가 쉽게 발음할 수 없는 기이한 이름의 형아지.

오늘은 이 형이랑 좀 놀아보고 싶다. 이 형, 그림이 볼수록 헷갈리거든, 뭐랄까? 25도 쌩진로에 물을 타서 19.8도로 만든 느낌이랄까?

우리는 풀리지 않는 숙제를 하나씩 안고 살아. 횽들도 그렇고 나도 그렇지. 정치적으로 올바른 삶. 혹은 중도적인 삶. 넘치거나 모자르거나 하지 않고 적당히 맞춰가는 삶.

2차원에서는 표현가능해도 입체적으로는 디자인되지 않는 삶.

세상의 모든 처세술이 나에게 딱 안 와닿는 이유도 이런 걸거야.

“말로는 가능한데 삶에서 가능하지 않다.”

그런게 가능한 사람은 지구에 딱 세명 봤어.

예수

부처

알라

세상 사람들은 어떻게든 다 얽혀있어.

왜 케븐 베이컨 놀이라고 있잖아. 인간은 6단계 내에서 어떻게든 결부되어 있는 삶을 살잖아. 놀이에 잠시 빠져있어도 소외감 느낄 필요는 없는거야. 내가 너와 노는게 사실 너의 친구와 노는 것이고 너의 친구는 곧 내가 될 수도 있는거니까.

우린 6단계 내에서 어떻게든 알고 지내는 사이니까.

관계를 설정하고 단정짓기 시작하면 자신의 벽 속에서 자신의 기준만으로 사람을 보게 되지.

나도 그런 실수를 너무 많이 하고 살았어. 경찰서에 가면 피의자는 한 명도 없어. 모두 피해자라고 해. 자신의 눈으로 볼 때, 자신은 언제나 피해자인 거야.

자가당착.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슬픈 짓이지.

오프이건 온라인이건 모여서 하는 이야기라고는 룸빵밖에 없는 반골이 사회적 이슈에 있어서는 입으로나마 분연히 일어난다거나

어느 곳에서는 “오, 존나 이쁜 여자 사귀어요”라고 말하면서도 집에 가서는 “암커미” 와 쎅쓰하는 촌극 같은거.

왜그러는 걸까?

형식, 형식이야말로 아주 중요한 거라고 생각해.

형식은 내용을 담는 그릇이거든.

되도록 안과 밖이 다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데 그것이 누군가에게 있어서는 거슬리기도 하더라고… …

그런 점에 있어서 나는 너무나도 미안하고 죄송해. 내 마음의 모난 돌이 아직 덜 다듬어져서라고 생각해.

아는 어르신이 하던 말씀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게 ‘밑돌 빼서 윗돌 괴는 게 사는거다’라는 말이야.

난 좀 더 올라가고 있다고 높이 왔다고 하지만 사실, 착각이지. 사람이 평등한 이유도 그런 것 때문이잖아.

불량한 중년의 나도 댄디해 보이고 가정적인 버디형도 사실, 상피세포 벗겨놓고 보면 똑같은 더러운 타르를 뒤덥고 있는 알량한 영혼인 것은 다를게 없거든.

자신만의 거울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

이렇게만 될 뿐이야.

그러므로 난, 먼저 반성해.

내 안의 우물에 오랫동안 놀았어. 모든 사람에게 좀 더 살갑지 못했어. 모두가 즐길 자리를 못 만들었어.

그리고 그게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생각 안했어.

최소한 솔직하게는 놀려고 노력했어.

비아냥 거리며 인생을 낭비하기 전에

난, 그냥 남에게 비친 거울을 한번 더 봐야겠어.

누군가의 말처럼 정말 놓치기 쉬운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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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엄마가 좋아하는 일 10가지 쓰기.
아들이 A4지를 한장 가져옵니다.

"아빠, 아빠가 좋아하는 것 10가지 쓰래."
"그래?"
"응, 아빠가 좋아하는 거 써줘."
"함 보까?:

1. 엄마.
2. 아들.
3. 일.
4............ 갈등이 왔다. 도저히 우열을 가릴 수 없다. 와우, 담배, 술, 여자.....

쓴다.

4. 와우
5. 담배
6. 술
7. (차마 여자는 쓸 수 없어) 사교, 라고 쓴다.
8. 인터넷
9. 블로깅
10. 에라 모르겠다. 조립식.

쓰고나서 아내가 쓴 종이를 슬쩍 본다.

1. 아빠와 함께 요리하기
2. 수겸이와 함께가는 봄소풍
3. 가족과 같이하는 저녁식사.
..............

시발....


"야, 아들, A4지 하나 더 갖고와."

"왜?"

"응, 아빠가 잘못 생각했어."

"뭘?"

"적당한 위선, 그걸 빼먹었어."

"그게 뭔데.."

"응, 있어. 너 학교갈 때 인사하기 싫은데도 인사해야 하는 것 같은거야."

"응"

아내가 못봐 다행이다.

봤으면 난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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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권력을 유지하는 보조 수단으로 예술이 철학을 먹는거지."

"그래서 내가 권력의 하수인쯤 된다는 거?"

그녀의 어깨에 매달린 오보에가 살짝 쳐졌다.

"18세기 인간의 해방을 노래하던 종교가 식민지 지배도구로 전락하는 건 알지? 아, 전락이 아니지. 원래 그런거지. 예술도 마찬가지라니까. 기호와 상징으로 덮여있는 예술은 배타적인 사회의 암묵적인 입장권 같은거라니까."

"클래식도 서민들이 좋아했다니까, 오빠. 아마데우스 안봤어?"

"그건 사업화가 진행되면서 그렇게 바뀌어간 거고..."

"그래서? 그럼 나, 이거 때려치우면 되는거야?"

"아니, 우린 권력의 단물을 영원히 빨아먹게끔 교육받아왔어. 자, 소주 일잔 단물 빨듯이."

"가뜩이나 졸업하면 어떻게 되나 고민하고 있는데..."

"학원 강사가 되거나 악단에 들어가거나 아냐? 학교에 더 붙어 있던가..."

"후, 교향악단 이런데 들어가는 거, 사시 보는 수준이야."

"그럼 차라리 사시를 봐라."

"죽는다."

술을 강권하는 것은 폭력이다.

술을 마시게끔 감정선을 조절하는 것.
핵심은 거기에 있다.

뇌하수체의 뉴런들이 일제히 기립 기동한다.

회기역에서 가장 가까운 숙박업소를 서치한 후
4가지의 이동수단과 거리를 가늠한다.
이 곳의 술값을 정산 후에
숙박업소에서 쓰게 될 와인, 아이스크림, 요플레의 구매가가 계산되고

할증 택시비와 내일 먹을 점심값이 남을지를 가늠한 뒤

다음날 9시 수업에 빠져도 F가 되지 않을지를 고민한다.

2초.

"나가자."

"응"

금요일 밤. 12시.

회기역에서 청량리역으로 도열해 있는 모든 숙박업소의 방이 다 찼다.

용기를 내어 "고황산으로 올라가볼까?" 하자 날라온 것은

강력한 왼쪽 싸대기.



"너, '섹스'피어가 결국 장자 카피쟁이였다는 건 아냐?"

"몰라."

"죽느냐, 사느냐. 이게 문제다. 피뭍은 울부짓음의 한을 목졸라 참아야 하나? 아니면 이 칼을 빼어들고 날뛰는 피의 춤을 출 것이냐?... ... 죽는다. 잠잔다. 다만 그뿐 아닌가? 잠들면 모든게 끝이 아닌가? 그렇다면 죽음, 잠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열열히 원해야 할 생의 극치가 아닌가? 죽는다. 잠잔다. 그럼 꿈도 꾸겠지? 이게 문제다."

"근데?"

"장자, 호접지몽이잖아. 시발. 이빨은 다 넣어 놨는데 잠잘 업소가 없다는 거... 꿈이었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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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6 12:08

1.
사회생물학적인 인간관에서 논거에 대한 증명은 언제나 통계를 바탕으로 한다.

2.
이기적인 유전자의 딜레마는 희생, 모성, 양보 같은 수혜에 관한 것이다. 유전자의 기본 입장은 자신의 DNA를 보다 많이 널리 퍼뜨리는 것일진데 자신의 유전정보를 훼손하는 이타심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 사회생물학에서의 고민이었다.

3.
상호수혜주의
이타적인 행동양식이 곧 유리한 생물학적 환경을 만든다는 논리.
정치범 수용소에 두 남자가 갇혔다. 경찰은 이들을 각기 심문하면서 이렇게 이야기 한다. '네가 만일 불고, 같이 갇혀있는 동료가 불지 않으면 넌 바로 석방이다. 하지만 동료가 불고 네가 불지 않으면 넌 15년형을 살아야 할거다. 만일 같이 분다면 정상을 참작해서 10년형으로 감형해 주겠다." 정치범이 말한다. "말일 아무도 안분다면?", "만일 아무도 불지 않는다면 UN인권위원회 같은 단체가 우릴 압박하겠지. 우린 그러나 너희들을 6개월 동안 잡아서 심문할 것이고 죽을 때까지 너희들의 행동을 감시할 것이다."

이 때 가장 현명한 행동 방법을 프로그래밍 하라.

세계 200여명의 공학자, 수학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1위를 한 프로그래밍은 놀랍게도 단 두줄이었다.

'먼저 협력하라, 그리고 상대가 한 행동대로 따라하라."

4.
이기심과 이타심의 습자지 한장 차이
배려, 양보, 희생. 사랑을 쟁취하는 데 있어서 반드시 앞에 나설 것 같은 명사들.

그러나 이타심이 유전자 이기심의 발로라고 본다면 목적을 훼손하는 이타심은 연애를 실패하는 사람들이 가장 손쉽게 하는 실수다.

병신처럼, "그래도 사랑했으니 됐어"란 말은 "나는 패배했어"의 이음동의어. 이런말로 위약효과를 얻는 순간 언제나 이용당할 환경에 노출당하는 것이다.

5.
3판 당구를 친다고 하자.
첫판과 두번째 판을 이겼다고 세번째 판을 져주는 사람이 현명할까?
세판 모두 기를 쓰고 이기는 사람이 현명할까?

정답은 세판 모두 이기고 마지막판 게임비를 지원해 주는 사람이 가장 현명한 자이다.

6.
양보도 습관.
두판 이겼다고 마지막판을 양보하는 인간의 기저에는 이기심과 이타심을 가르는 습자지의 한 쪽이 뚤려 있는 것이다.

이런 양보의 미덕은 연애할 때 치명타로 찾아온다.

"너의 행복을 빌어줄게"라고 말한 뒤에 정말 행복을 빌 수 있는 존재는 지구상에 단 세명이 있다.

하나는 부처


하나는  예수


하나는 허경영


월등한 유전자를 찾기 위한 유전자 본능은 전쟁이다. 나이브한 평화주의자 따위에게 떨어질 떡고물은 파푸아뉴기니나 바누아투 같은 씨족사회에나 있다. 아, 바누아투도 여자를 취할 때 칡덩굴을 발목에 감고 목숨을 건 번지를 한다.

7.
Philosophy, 철학은 결국 Philo추구하는 sophy진리, 진리를 쫒아감에 있다. 한없이 진실에 가까운쪽으로 가고자 하는 노력.

철학이 공학과 이학을 껴앉을 수 밖에 없는 이유.

하물며, 2년짜리 유통기간을 갖고 있는 연애는 오죽한가?

8.
결국 우리는 이기적인 유전자의 도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육덩어리라고 하자. 모두 니힐리스트가 되는 건 순간 아닌가? 라고 질문한다면

당신은 게임을 즐길 줄 모르는 사람이다.

스포츠,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경우 허무주의적일 수 없다. 실재할 수 없는 가시에 인생의 재미를 찾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와우는 세계에서 가장 좋은 안티니힐리즘 치료제

9.
그러므로 예수, 부처, 허경영이 안될 거라면 여자 없다고 찌질거리지 말자.

당신 나이대가 섭외할 수 있는 20~30대 여성이 300만명이나 된다.

10.
그럼 여자를 꼬실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라고 이야기 한다면 그게 볍진 인증이다. 당신의 DNA 속에 수만년을 걸쳐 내려온 종족 번식의 본능을 못믿는거다. 겨우 몇번 헤딩해보고 "난 안돼!"하는 거 아닌가?

여자가 많은 인간은 그 많은 여자의 몇십배수를 헤딩해서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쪽팔린 건 5초, 행복한건 짧으면 3달, 길면 평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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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itop
2009/08/24 14:08

성헌이는 도시락을 싸오지 않았다.
두툼한 안경을 썼지만 없어보이지는 않았다.
넌지시 물어봤다.
“너, 어디사냐?”
“시범아파트”

시범아파트라면 못사는 놈은 아닐텐데 이새끼는 밥을 싸오지 않는다.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밥하나만 더 싸줘”
“왜”
“결식아동이 하나 있어”
“여의도 중학교에 결식아동이 어딨냐?”
“몰라, 하나 싸줘.”

점심시간에 말했다.
“야, 라면 내꺼까지 사와라. 내가 밥줄게”
“왜?”
“라면 먹고 싶어서 그래, 이새끼야.”

어느 토요일, 성헌이가 말한다.
“엄마가 너 오란다.”
“응?”
“우리집에서 밥먹자”

‘아, 이새끼. 계모인가보다.’

의외로 어머니의 모습은 인자했다.
성헌이 방에는 각종 OST LP가 벽에 걸려 있었다. 근사한 토요일 점심과 저녁을 얻어먹었다. 왜 이새끼가 도시락을 싸오지 않는지 이해가 된 건 그날 밤이었다.

“이 기타 받침이 200만원짜리야” 성헌이가 말했다.
등나무를 철사로 길을 내어 받침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 위의 클래식 기타에서는 황홀한 소리가 났다. 트로트가 감미로웠다.

새벽 3시가 되자 조** 아저씨가 반짝이 옷을 입고 양주 한병을 들고 찾아왔다. 한시간 뒤에는 최** 아줌마가 찾아왔다.
조용히 술잔을 기울이다가 아저씨의 반주에 맞춰 킬****의 **을 불렀다. 최** 아줌마는 신곡 같은걸 불렀는데 나중에 안 사실인데 그 노래는 사** **였다.

6시쯤되자 초인종이 울렸다. 옆집에서 과일을 깍아왔다.
“덕분에 새벽의 소리가 참 좋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방해가 된건지 모르겠습니다.”
“아니에요. 돈주고도 못듣는걸...”

눈이 감겼다. 16살에게 양주 두잔은 버거운 주량이었다.



오후 2시가 되자 어머니와 아버지가 일어나셨다. 밥을 못싸오는 건 이유가 있었다. 내가 볼 때는 챙겨주시지 않았던게 아니라 이새끼 천성이 뭘 들고 다니는 걸 싫어하는 거였다. 점심을 싸놓고 주무셔도 잘 들고다니지를 않는다고 하셨다.

그해, 올림픽 개막식이 있었다. 전야제 음악을 맡으셨다고 했다. 여의도 고수부지. 사람이 너무 많았다. 표가 있었지만 도저히 들어갈 수가 없었다. 우리 뒤에는 63빌딩이 있었다.

“시발, 저기 올라가서라도 보자.”
“굿! 아이디어.”

60층 전망대 엘리베이터 가격은 2천원이었다.

“시발, 뛰어가자.”

15층까지는 견딜만 했다.
30층까지 올라가자 나의 판단을 저주하기 시작했다.
40층에서는 63빌딩 설계자를 증오하기 시작했다.

“이런 고층빌딩 만드는 새끼들은 다 죽여버려야 돼. 타워링 봐. 다 타죽잖아.”

62층에 올라왔다.



“전망대는 엘리베이터 이용 승객만 입장 가능합니다.”

입에서 거품이 나왔다.
박종팔이랑 붙어도 이길 것 같은 전투력이 치솟았다. 시발, 신님!


울면서 내려왔다. 데스크를 찾아가 따졌다.
“누나, 이건 너무한거 아니에요? 전망대는 올라갈 수 있게 해줘야 하는거 아니에요?”
“안됩니다. 손님, 그러면 아무도 저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시지 않을거에요.”
“아니, 어느 미친놈이 우리말고 또 거길 걸어 올라가요.”
“업무용 엘리베이터는 60층까지 운행합니다.”

창피하게도 성헌이와 나는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불현 듯 아버지가 입버릇처럼 하시던 말씀이 생각났다.






“병신도 갑을병이 있다.”


성헌이 어머니는 우리에게 한뭉치의 경기장 티켓을 주셨다.

이경근의 유도 결승전, 유남규의 탁구 개인전, 여자핸드볼 결승, 어느하나 잊지 못할 추억이었다. 그래도 가장 흥분이 되었던 것은 잠실 메인스타디움이었다.

봅슬레이 부부카의 장대높이뛰기 결승, 칼루이스의 멀리뛰기 예선, 남자 200미터 예선, 여자 1500미터 예선이 있던 날.

성헌이와 성욱이, 이석이와 난 메인스타디움의 A석에서 마침 벌어지고 있던 부부카의 금메달 따는 장면과 이윽고 선언한 세계기록 경신 포기에 야유를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집에서 싸온 김밥을 입에 우겨넣었다.

뒤에서 아이가 칭얼거렸다. 은빛같은 금발, 파란 눈을 한 남자아이였다. 우리가 먹는걸 먹고 싶었던게다.

“자, 김밥”
나는 아이에게 김밥을 쥐어주며 170쯤 되는 키에 파란 눈, 그리고 눈부신 금발의 엄마에게 웃어보였다.

아이가 미친 듯이 김밥을 먹자, 우리들은 너나 할것없이 대한민국의 국위선양을 한 듯 기분이 좋아졌다. 물론 애 때문이 아니라 금발의 그녀가 환하게 웃어줬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매점으로 달려가 각종 과자며 3분라면을 들고 다시 자리로 왔다. 그녀는 아줌마로 보이지 않았다. 16살 욕망의 눈에는 한갓 욕정의 대상일 뿐이었다.
되지는 않는 영어가 술술 나왔다. 같이 경기를 즐기며 몸짓 손짓으로 의사소통을 했다. 네덜란드에 사는 그녀도 영어가 썩 유창한 편은 아니었다. 신기하게 말은 정말 잘 통했다.

86아시안게임 히어로 임춘애가 1500미터 예선을 준비했다.
“아시안 탑스프린터 임춘애, 쓰리 골드메달리스트!”
그녀는 처음본다고 했다.
“아, 오프닝 세레머니 토치걸!”

기대한다고 했다.

경쾌한 총소리와 함께 경기가 시작됐다. 꼴등.
“샹년, 배가 불른거야.”
“라면을 먹였어야 해.”

우리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남은 희망은 장재근이었다.

“두유노우 장재근?”
역시 몰랐다.
아니, 아시안게임 2관왕이자 아시안게임 200미터 기록보유자 장재근을 어찌 모른단 말인가? 이여자 집에 TV는 있는건가?
“히 이즈 아시안 탑 레코더 투 헌드레드 미터 골드메달리스트”

대한민국의 영어 공교육의 문제점이 여실히 들어나는 순간이었다.






땅, 꼴등.




그녀는 자지러지게 웃는다. 하늘의 ,비둘기도 자지러지게 난다. 16살의 어린 욕망들은 자신들의 영혼만큼이나 벌겋게 얼굴이 상기되었다.
“시발, 조국이 우리를 위해 해주는 게 없구나.”

그녀는 저녁을 사주겠다고 했다. 잠실운동장 루프 끝으로 태양이 걸릴즈음이었다.

워커힐호텔.

나이프 네 개, 포크 네 개, 숟가락 존나많이...
처음보는 식탁이었다. 민병철생활영어에서 본대로 바깥쪽부터 집었다.

“병시나 네프킨”
“응...”

댄디한 서울의 도시어린이는 목에 네프킨을 건다. 우리 넷은 어느 영화에서 보았음직한 격식있는 태도로 고기를 썰었다. 아마 콧구멍으로 먹었던 것 같다. 우리는 아마 똑같은 상상을 했을 것이다. 저녁을 먹고 아이를 재우고 저 아름다운 금발의 미녀와 침대로 갈 것을...

집에오는 버스 안에서 덜떨어진 어린 욕망덩어리 넷은 저 붉은 노을처럼 하염없이 추락하기만 했다.

나는 용케 주소를 받아냈다. 결국 다들 알려주긴 했지만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펜팔을 한건 나였다. 물론 그 어떤 책에도 어린 욕정을 담아주는 예제가 있는 책은 없었다. 포르노에 캡션이 없다는 건 두고두고 아쉬웠다.

그리고는 잊혀지는 듯 했다.


1994년 뜬금없는 해외전화가 왔다.

네덜란드의 그녀. 페이스투페이스도 안되는 내가 그녀의 말을 알아먹을 수는 없었다.
마침 미쿡 이민간지 4년만에 혀가 꼬부라져서 돌아온 외사촌형이 우리집에 있었다.

내용인즉, 그녀에게 나이어린 동생이 있다. 동생은 아시아 정치 전공을 해서 일본을 가려고 했다. 그러나 TO가 1년이 넘어야 나고 그럴거면 6개월은 한국의 연세어학당이나 서울대의 한국어 과정에 다니려고 한다. 기거할 곳을 좀 알아봐줄 수 없느냐가 요지였다. 영어 방언이 터졌다. 우리집에 방이 두 개 남는다. 짧게 있을건데 뭐하러 그러느냐, 우리집은 홈스테이 전문이다. 우리집으로 와라.




내 마음속에 살고 있는 점술가가 말했다.
“당신은, 전생에 지구를 구한 영웅이었습니다.”



10년을 기다려 온 욕망의 불꽃이 화산처럼 타오르기 시작했다.



스물세 살, 언니의 폼새로 보아하건데 금발의 블론디 아이즈, 하앍하앍. 두근두근, 팔랑팔랑.

김포공항을 180km로 달리는 에스페로 자주색을 봤다면 그건 나였다. 나리타에서 잘을 타고 온다고 한 금발의 그녀를 기다리는 건 심장이 터질 것 같은 일이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부처님, 사랑해요.”
“우윳빛깔 알라~”

정작 게이트에서 나에게 말을 건 건 163cm쯤 되는 키에 완벽한 몸매를 가졌지만 완벽한 케냐혈통의 여자였다. 코가 좌우로 5cm은 넘어보였다.

입양된 여동생.


신을 믿은 내가 미워졌다. 니체가 왜 신이 없다고 외쳤는지 알 것 같았다. 걔도 분명히 금발녀 소개팅에 흑인 여자가 나왔으리라...

엄마는 말없이 문닫고 안방으로 들어가셨지만 그녀의 밝은 성격과 활달한 부침성은 지구인 이상이었다. 엄마는 딸 삼겠다고 했다.






3일뒤, 샤워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수건 하나만 달랑 들고 나오는 그녀를 본 순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육체는 케냐인의 몫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다음날, 인종을 뛰어넘는 인류애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가 온지 일주일이 지났다.

5월 26일.



난 306 보충대로 입대를 했다.











부대는 삼송리에 있었다.

누구는 306보충대에서 배정받을 수 있는 최남단이라고 했다. 1공병여단 113대대 2중대. 우리는 통일로 선상의 방벽에 근무를 섰다. 문밖 1m 앞에는 나들이객의 차량이 끊이지 않았으나 안은 추웠다. 군대는 여름 뒤 겨울이었고 겨울 뒤 여름이었다.

김대중의 자택은 우리보다 전방이었다.

여름에 자대배치를 받은 나는 다음날부터 군단 본청 페인트 작업에 투입되었다. 이발소에서 신나를 먹고 취해 히죽거렸다. 고참들은 이해했다. 그렇다고 곡갱이 자루를 내려놓은 것은 아니었다.

이상열 상병과 1시간 반짜리 보초를 서던 새벽, 상병이 입을 열었다.
“뭐하다 왔냐?”
“학교 다니다 연극했었습니다.”
“뭐”
“바쁘다 바뻐요.”
“어, 이새끼, 어어...”
“이병, 차양현.”
“너 거기서 뭐였어?”
“외팔이 동칠이였습니다.”
“어어, 이새끼... 나 그거 봤는데...”
그가 툭 쳤다.
“이병 차양현”
“연극 이런거 하면 여자 존나 따먹는다는데 너도 그랬냐?”
“아닙니다.”
“개새끼, 솔직히 말해.”

이상열은 집요했다.
할 수 없이 난 92년 집에서 쫒겨나 극단에 들어오게 된 이야기, 나라시 밤마다 3만엔씩 벌었던 이야기. 그 돈으로 이태원의 별이 된 이야기를 해야만 했다. 시간은 짧았다. 다음날 공사계였던 이상열은 이사종계 창고 정리로 날 빼놨다.

“어제 못들었던 거 들어보자.”
“네...”
다른 이야기는 술술 풀어냈지만 내 여자, 혹은 나와 관계된 여자를 이야기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극단 식구에 대한 질문은 아주 집요했다. 지금은 계동춘으로 더 잘 알려진 원영이는 내 혀끝에서 천하의 난봉꾼으로 묘사될 수밖에 없었다. 이상열이 좋아하는 여자단원의 전화번호를 알려주지 않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원영이가 대머리라는 사실은 말하지 않았다.



일주일에 8시간을 지어낸 이야기로 풀어낼 수는 없었다.

만만한건 케냐의 그녀였다.

“그러니까 말입니다.” 그 네덜란드의 금발 그녀가 저한테 전화를 한겁니다.“

이상열은 침을 꼴닥 삼켰다.

“동생이 있다, 23살이다, 한국에 와야 되는데 집을 알아봐줄 수 있냐고 물어보더라구요. 그래서 얼마든지 와라. 한국에서는 우리집에서 잘 수 있다고 말했죠.”

말은 술술 풀렸다. 그녀를 마중하러 간 차가 1500cc 에스페로에서 그랜저 3.0으로 바뀐 것 빼고는 구라 한 점 없는 진실이었다.

“그래서, 그년이랑 잔거야?”
“그러니까 말입니다. 그게 말입니다. 근육이 예술이더란 말입니다. 왜, 말근육 있잖습니까, 가슴이 말입니다. 완전히 탱탱한 게...”
“그러니까 이새끼야, 떡을 친걸 말하라고!”
“군대 왔지 말입니다.”






깨어나보니 보훈병원 응급실이었다. 기억이 나지 않았다. 동기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상열이 야삽으로 내 머리를 쳤고 6바늘을 꼬맸다고 한다. 이상열은 이빨 4개가 나갔다고 했다. 기억이 나지 않지만 반사적으로 주먹이 나갔을 것이다.

3일간의 치료를 마치고 부대로 복귀했다.

 

보름간의 로맨스를 지킨 댓가 치고는 좀 컸다.

난 관심사병으로 찍혔고 덕분에 영선반으로 차출될 수 있었다. 군단장, 사단장, 사령관의 책장, 화장실 깔판, 신발장을 만드는 보직 덕분에 군생활 동안 외박을 제외한 휴가일수는 150일을 넘겼다.



아파트 동네 아주머니들은 “방위도 힘들지?”했고
엄마는 “나도 너랑 똑같은 밥 먹는다, 궁금하냐?”했다.











사람의 마음은 무엇이든 그릴 수 있다. 공백은 그리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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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님,

외조모,

노무현 대통령님,

마이클잭슨,

김대중 대통령님,

한 때 내가 사랑하고 따르고 믿었던 분들이 올해 다 가셨다.

끝나는 삼재라고 하기엔 눈물 마를 일 없는

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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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itop

잘봐, 골프, 탁구, 소주는 말이야, 스냅이 생명이야.

골프에서 후킹을 잘하는 사람은 100야드를 더 멀리 쳐, 현정화가 금메달을 딴건 서비스할 때의 안정적인 스냅 덕분이었어. 소주?

소주야말로 스냅이 중요해.


그녀의 손목을 잡고 소주잔을 쥐어줬다.

소주는 부드럽게 손목의 힘을 빼고 스타카토로 마시는거야. 딱딱, 끊어서...


자, 보자. 하나 둘, 스냅을 사용해서 목에 털고 딸깍, 딸깍 스타카토로...


그녀의 목구멍으로 다섯잔째 소주를 부어 넣는다.


아욱겨, 소주를 이렇게 마시는 법이 도대체 어디 있다고 그래요?


너, 선비가 왜 생겼는지 알아?

갑자기 왜요?

조선시대 때 말이야, 양반은 벼슬을 해야 양반이기도 하지만 아버지 할아버지가 양반이어도 양반이었지. 근데 벼슬을 못하는 양반, 거기에 돈도 없는 양반들은 어떻게 내가 양반인지 증명할 수가 없잖아. 그래서 격식을 만들고 질서를 세우고 자신을 억압하면서 체통을 만들었어. 그래야 양반과 상놈이 구별이 되거든. 그건 주도도 마찬가지였지. 주도만으로도 문, 서, 발, 체로 개인별 서가를 정리한 것도 있는걸.

근데요?

근데 주도는 말이지. 지킬수록 몸가짐도 흐트러지지 않고 정신도 말짱해지는 효과까지 있는거라. 이제와서 양반의 법도를 따를 필요는 없지만 주도는 쓸만해.

말은 청산유수야.

그러니까 다시 스냅을 이용해서 스타카토.

이렇게?


여덟잔이 넘어간 그녀의 홍채가 포커스 아웃 된다.


16세기만 해도 양반은 전체 인구의 2% 정도였어. 여기 술집에 앉아있는 모든 사람들 중에 진짜 양반은 한 명 정도, 많아야 두명 정도일걸.



그래서?



응, 자연으로 돌아가잔 이야기지. 상놈의 영혼이 빙의된 우리에게 그런 정조 따위는 사치야. 어쨌든 오빠 믿지?

이제 정조를 비롯한 모든 억압된 가치를 떨치고 분연하게 일어나자.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또 뜨잖냐?



근데 오빠, 나 마법...





소주 네병 삼겹살 3인분 맥주 2병.


기회비용은 저 별이 된다.


그래,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뜨지.







17년 후.




난데없이 초저녁에 아이를 재운 아내가 샤워를 한단다.


소주는 스타카토. 한 병을 두 번에 나눠 마신 후 애써 코를 골고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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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itop
"효주?"
"네"

누워있는 내게 그녀가 살포시 다가왔다.
귓말을 재잘거렸다.

"하지마, 간지러워."
"싫어하지 않는걸?"
"그래도 하지마, 나 마누라 있어."
"훗."

그녀의 머리에서 과일향이 났다.

시발, 내 머리 냄새는 맡지 말길. 니조랄 쓴게 걸릴까 심장이 콩닥거렸다.

그녀가 내쪽으로 허리를 굽히자 하얀 폴로티 사이로 배꼽이 보였다.

'좋은 산부인과 다녔구나.'

배꼽이 앙증맞게 1자로 빠져있다.

그리고 원만하게 잡혀있는 복근.

아,

아... 자꾸... 귀를 귀를...

그녀는 내 귀에 자꾸 바람을 넣다가...


"찍!" 하고 이빨 사이로 침을 뱉었다.

다 큰 아름다운 처녀와는 어울리지 않는 버릇이었다.

과일향의 머리를 내 얼굴에 간지르며 다가오다가도

"찍~!"

내 무릎에 앉아 이야기 하다가도

"찍~!"

하지마, 하지마, 없어보여, 불결해보여, 더러워.... 속으로 참다가 그만 외치고 말았다.

"아, 시발. 거 좀 더럽게!!"





.......... 라고 외치자, 밖에서 누가 문을 두드렸다.

"차피디님? 왜그래요? 뭐 있어요?"

불을켜며 들어온건 녹음기사 상연이었다.

"어, 시발, 꿈이었나봐... 미안..."






믹싱부스 소파에 쪽잠을 자고 있던 소파 바로 위에서는

과일향 자동 방향제가 간헐적으로 "찍~!", "찍~!"하며


내 귓대기에 대고 방향제를 날리고 있었다.




2008년 10월 31일.  앗, 시발 꿈이었던 이야기.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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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itop
2009/08/03 12:07

가방 안에 보인 책은 ‘연애 컨설팅’이었다.


“이 병신아. 니가 안되는 이유를 알려줄까? 쓰레기를 달고 다녀서 그래.”

책을 빼앗아 닭갈비 뱉고 있던 통에 넣었다.

“형, 다 못읽었어.”

다 못 읽은게 다행이다. “이 벼멸구만도 못한놈아. 여자 꼬시고 싶으면 이런거 말고 네 인생에 도움이 되는 책을 읽어. 하다못해 훈요십조만 외워도 여자는 넘어온다니까.”

“형, 그런 게 어딨어.”
“허, 못 믿네, 여보, 내가 당신 뭘로 꼬셨어.”

듣고 있던 아내가 대답한다.

“훈요십조!”

부창부수. 환상의 복식조.

“인생은 뭐라고 생각하냐?”
“뜬금없잖아.”
“정답”
“뭔 소리야?”
“여보, 인생이 뭐지?”
“뜬금없는 거”

브라보.
사람을 바보로 만들 때 필요한 건 딱 하나, 동조해주는 사람.

“사람이 사람한테 왜 끌리는 줄 알아?”
“돈? 매너? 외모?”
“지랄을 하세요.”
“그럼?”
“부족한 것.”
“응?”

“똥이 마려우면 똥을 싸고, 목이 마르면 물마시고, 배고프면 밥을 먹잖아. 네가 신봉해야 할 것은 사회생물학이야. 레이디경향스러운 혈액형에 목매지 말고 병신아. 일본에서 근거없이 만든 혈액형 테스트 같은건 귀에걸면 귀걸이 꼬추에 걸면 파워링 같은 거야. 니 집에 대추있지? 없어? 있으면 큰일 날 뻔 했어 같은 소린라고.”
“그거 구라야?”
“혈액형이 인성에 영향을 주는 논문 한쪼가리라도 본적 있냐? 병원에서 그걸로 진단하는 거 봤어? 심리학자가 너한테 혈액형 물어봐?”
“음...”
“그걸 뭐라고 하는지 알아? 바넘효과라고 해. 니 혈액형이 뭔지는 모르지만 너에 대해선 이렇게 써있지 않아? ‘당신은 남들이 볼 때 외향적인 성격을 갖고 있지만 사실은 내성적인 면이 강합니다.’”

“어! 형 나 진짜 그래.”
“후, 병신. 인간은 누구나 그래.”
“진짜?”

“너 같은 놈들이 항상 삽질을 하지. 졸라 달콤한 말을 하면 여자가 넘어올 거라 믿지. ‘저, 아가씨. 저랑 경찰서를 좀 같이 가주셔야겠는데요. 당신이 제 마음을 훔쳐갔어요.’ 같은 같잖은 저급 유희 말이야. 이거 넘어가는 애는 딱 두종류야. 아이큐가 80이 안되거나. 초등학교 5학년 이하거나. 이거 되는 애들은 우리나라에 딱 두명 있어. 원빈, 장동건. 니 위치는 어디에 있는 줄 알아? 장동건에서 배영만까지 나래비를 주욱 세우면 중간 조금 밑에 있을거야. 니가 보는 저 책은 딱 그수준에서 벗어나는 게 없어. 정답이 없는 걸 정답처럼 보이게 하는 바넘효과로 가득한 책이야.”

“시발. 그래서 나 어떻게 하면 되는데?”
“답이 없다니까. 일단 공략할 대상이 있어야지.”
“그 다음엔?”
“걔가 부족한 게 뭔지 찾아봐.”
“재산? 학벌? 이런거?”
“넌, 답이 없다. 니가 그걸 월등하게 이길 재산도 학벌도 없잖아. 그런거 말고도 많아.”
“가령?”
“그녀보다 잘하는 모든 것이 너의 무기다.”
“시발, 발냄새? 코골이?”
“훌륭한데. 술이나 먹자. 넌 평생 여자가 없을거야.”

말이 없는 술자리가 계속 되었다.

“형, 나 오락은 잘하잖아.”
“응?”
“스트리트 파이트 같은거.”
“일단 스트리트파이터에 관심 있으면서 복합기를 배우고 싶어 하는 여자를 찾아볼까?”
“형,”
“응?”
“안될거야, 난”
“... ...”



“준아.”

“응?”




“시발, 너 외발자전거 동호회 들래?”


준이의 눈이 반짝 거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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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일기는 왜써? 매일 똑같이 놀았는데.


네 영혼에 대한 반성을 하는거다.

응?

아들, 세상이 무한대처럼 있는게 아니라서 늘 같이 놀면 안돼.
언제나 새로운 놀이를 찾아봐.

혹, 같은 놀이를 하더라도
새로운 친구들과 해봐.

오래된 친구들과 같은 놀이를 하는 거라면
같이 노는 친구의 새로운 면을 생각해봐.

그게 뭐야?

하루하루를 낭비하지 말자고.

그런데
아빠는 매주 토요일 저녁마다 게임하잖아.
맨날 똑같은 게임.


아들, 아빠가 언젠가 너에게 드넓은 아제로스 대륙을 가로지르며
전우를 위해 희생당했던 한 영웅의 서사시를 읇어줄 수 있는 날이 올거야.

그러니까 게임에서?
그럼 나도 네이버 쥬니어 게임하는 건 좋은거네?


... ...



자식 앞에서는 숭늉도 먹지 말자.


아내는 부자간의 대화를 들으며 콧방귀를 낀다.




애를 재우고서야 아내와 밤마실을 나간다.

맥스 한캔, 구운감자 한봉지.

500ml 마음먹고 마시면 두모금이면 끝나는 걸 오는 길에

홀짝홀짝 빼앗아 마시는 마눌신이 밉다.


너도 한캔 사던가.

뺏어 마시는 게 맛있어.

퉤, 캔에 침을 뱉었다.


뒷굽이 제법 있는 아내의 오른쪽 운동화가

아주, 우연이었겠지만 내 왼발 두번째 발가락에 얹힌다.



어으어어어엌~


트렁크 빤스 차림에

맥주를 옆에 두고 컴퓨터방 베란다 문을 활짝 열고

컴퓨터를 켠다.


아내는 콜드케이스 4시즌 중반부터를 찾고

아이는 잔다.



아이가 있으면 자기가 하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 즐기고 싶은 것이


오밤중에나 가능한 일이다.










언젠가 그리워질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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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까지만 해도 믿었다.

아들은....


아빠 지금 뭐해?

응, 지금 아빠는 파워포스레인저 레드와 지구를 지키기 위한 회의를 하고 있다.

거짓말.

아니야, 잠시만 기다려봐.

(광주씨, 아들, 설명좀 해줘.)

안녕 수겸아, 아저씨는 파워포스레인저 레드야!

으아아아아아아~ 엄마, 레드가 나한테 전화했어!!!!!


아빠는 영웅이 된다.

지구를 구하는 우주전사들과 연석회의라니.

하루는 그렌라간의 시몬을 만나고

하루는 사오정과 함께 손오공의 만행에 대한 토론을 하고

하루는 원피스의 크로커다일과 함께 해양한국, 빛나는 조국의 미래를 이야기 하고

그리고 또 어느날은 격동 50년, 역사스페셜의 주인공과 인사를 한다.




아들이 특히 감격하는 건 여자 주인공들과 조우할 때다.

물론 목소리만으로 조우해야지.


하지만 만나면 끝나는 그 환상이란....




퉤, 우울한건 이야기 하지 말자.





어제, 트랜스포머를 보고 나오는 아들이 말한다.


아빠, 저건 그러니까 거짓말이지?

아들, 거짓말이 아니라 영화는 그럴듯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꾸며주는 동화 같은거야.

그러니까 가짜잖아.


응.


후... 그럼 만화도 다 가짜잖아.


으...응...



싸늘하게 표정이 굳은 아들은 바람처럼 라페스타를 가로질러 간다.






8살의 속력을 넘는다.







세상은 항상 정의가 승리하는 만화같은 세상이 아니다. 아들.



50미터는 넘게 앞서고 있는 아들에게 나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모기만하게 이야기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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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었다.

네대째 피는 담배는 입에 썼다.

맞은편에 앉은 친구의 어깨는 계속 들썩거렸다.

"가는 사람은 가는 거다. 뭘 해도 잡을 수 없는 거다."
"... ..."
"여자가 그년 밖에 없냐. 이 개새끼야"
"... ..."

여섯병 째 소주가 목구멍으로 넘어가자 세상은 둘로 쪼개졌다.
아스팔트가 춤을 추는데 몸이 가눠지지 않았다.

그를 업고 인사동을 가로질러 현대 계동 사옥을 나올 때까지 그는 위를 게워내 실연을 토해냈다.

고갈비와 막걸리와 소주와 파전과 김치와 동태찌게를 먹었지만 그의 입에서 나오는 건 쓰디쓴 20대의 피고름이었다.

엎다가 지쳐 스페이스 잔디밭에 벌렁 누웠다.

새벽의 바람은 찼고 3주뒤 그가 그리워하던 여자는 그렇게도 어린 나이에 갑상선암으로 세상을 등졌다.

전화가 온건 방금전.

"나 결혼한다."
"개새끼"
"너 결혼할 때 10만원 넣었다. 8년 됐으니 이자 생각해라."
"그래"


침묵이 무거웠다.

 


"근데, 나 말이다.................. 아직, 못 잊었다."

"개새끼야, 나도 못잊는 걸 니가 어떻게 잊냐, 근데 그거 그냥 지고 사는거지. 이새끼야."

 


메일로 청첩장을 넣어준다고 했다.

사는 건 무엇 하나를 버리게 강요한다. 낙타의 등이 부러지는 건 언제나 마지막 한 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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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해요.

어머니가 "내 마지막 재산이라곤 이 집 하난데, 집값 떨어지면 나 네신세 져야잖니. 그래서 이명박 찍을란다." 그말에 난 차마 어머니를 막을 수 없었습니다.

저역시 비루한 월급쟁이에 불과했으니까요. 제 식솔 챙기기만도 힘들었습니다.

촛불을 들고 탄핵을 반대하고, 용산의 참사에 울분을 터뜨리고 촛불을 들었지만 엄마를 막지는 못했어요.

제 명의의 집한채가 그렇게 무서운 거였습니다. 네, 이런일이 생길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아들에게는 그 죄책감을 못버리고 항상 이야기 했습니다.
"네가 살 동안에 다시 오지 못할 대통령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그가 FTA를 비준하는 것, 파병하는 것, 우리가 원하는 대통령의 모습은 아닐지라도 그가 보여준 담대함과 신뢰는 믿어야 하는 거라고..."

당신은 최소한 그랬습니다.

약자에게 고개를 숙일줄 아는 최초의 대통령이었습니다.

마음으로 서민을 위하는 최초의 대통령이었습니다.

수십년을 정치판에서 살아남으셨는데 검찰을 권력에서 놓으면 어떻게 될지 왜 몰랐겠습니까?
대연정하면 얼마나 욕먹을지 왜 모르셨겠습니까?
얼마나 저도 욕을 했는데요.

그래도 당신을 미워할 수 없었던 건, 당신이 마음으로부터 우리를 생각한다는 사실 때문이었습니다.

오늘 당신을 만나러 광화문으로 갑니다.

저, 두꺼운 장갑차 걷어 버리고 시청 마당에서 크게 한 번 울겠습니다.

잠시후에 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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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너희들이 이긴 거, 아니다.

아직 결과가 나온건 아니다.

너희들의 승리라고 누구도 말하지 않는다.


너희가 노무현을 몰아낸 것이 아니라

습자지처럼 얇은 우리의 보잘것 없는 민주주의 의식과 이기심이 노무현을 몰아낸 것을 안다.

한 판, 제대로 떠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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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23 10:37
노빠였다.

노무현을 사랑했다.

그리고 사랑한 만큼 증오했다.

근데, 이건 아니다.

이건 정말 아니다.

난 한국 정치의 희망을 버린다.

니들의 잘난 대한민국이 어디까지 가든 상관 없다.

니들의 주택대출, 아파트값, 그리고 니들의 주식이 더 중요한 거니까...

니들의 애들이 살아야할 정의 같은건 껌같은 거니까...

퉤.


그러길래 이양반아, 대연정도 할 배짱이면서 돈은 왜 받냐고... 마누라 단속은 왜 못하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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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11 15:58

그러니까 나는,
스물 넷의 복학생이었다.

바람은 불고, 비가 내렸다.

아무도 없는 공강의실에 앉아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후배가 헐레벌떡 뛰어 올라왔다.

80%가 남자인 법대에서 볼 수 없는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그해 여름, 우리는 여행을 떠났다.
에버랜드의 가을도 즐거웠다.
나는 부추전을 잘했고, 그녀는 부추전을 잘 먹었다.

별 이유도 없이 누구들처럼 늘, 헤어짐은 있다.

그녀는 결혼한다며 전화를 했다.

군수 아들이라며 걱정없이 살거란다.

잘, 살아라.


나도 결혼을 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갔다.

더 할 것 없이 아내와는 행복하고 아이와는 즐겁다.

머릿속에 스물네살, 비오던 공강의실은 유독 지워지지 않는다.

노래는 마음을 아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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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우리 애 똥냄새가 심해지기 시작했어"

"여보, 유전이야"

"옛날에는 향긋했는데..."

"당신이 변태였다가 사람이 되는 거겠지"

"죽을래?"

"여보, 그거 알아? 인생은 슬픈거야."

"..."

"똥냄새로 슬퍼하기에는 울 일이 많아."

"..."

"이제 우리는 연애도 할 수 없는 중년이잖아."

아내는 문을 닫고 유치원 동창 엄마들이랑 술을 마신다며 밖을 나섰다.

10시

아이는 자고 있고 나는 와우에 접속했다.

"형수님이 이시간에 게임 하는 것 봐줘요?"
"인생은 슬픈 거니까..."

25인 낙스를 돌고 게임을 종료할 즈음

백세주 4잔을 마신 마누라가 돌아왔다.

"여보, 그래도 우리, 연애할 때는 알콩달콩 했는데 말이야."

"아직, 우리에겐 독한 똥냄새가 나기 시작하는 아들이 있잖아."
"..."
"저 놈이 여자를 알기 전까지는 우리한테 행복을 줄거야. 인생 뭐 있겠어? 저놈 여자 사귀고 당신이 여유를 갖을 나이가 되면 같이 취미 생활을 즐기자"

"정말! 와, 뭐?"

"와우, 드넓은 아제로스 벌판에...."

한경희 스팀청소기 알루미늄 봉을 든 마누라의 팔뚝을 보며 마루로 쫒겨났다.

나는 낡은 이불을 덮으며 "슬픈 인생"에 대해 다시 고민한다.

밖은 아직 봄인데 날은 덮다.

이제, 문을 조금 열고 자도 춥지 않은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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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08 17:13
에르메네질도 제냐 양복에 에르메스 구두를 신고 나타난 경호를 본 건 어느 더운 여름날 토요일이었다. 그가 도피성 해외유학을 간지 8년만이었다.

그즈음...
줄리아나의 메인 웨이터들이 시두스로 빠져나갔고 얼라이브는 불이 났으며 토마토는 문을 닫고 돈텔마마가 중년의 성지로 떠오르던 그 즈음.

그룹과외는 돈이 됐다. 4명에 25, 5명에 20으로 한 달을 굴리면 어떻게든 100만원이 들어왔다. 1월부터 과외를 하면 3월까지는 놀 수 있었다. 나는 주로 아이들에게 대한민국 나이트사를 장황하게 읊었다. 3월부터는 선배들이 4년 전부터 모아놓은 중간고사 기출문제를 워드로 정리해 풀게 했다. 40등을 맴돌던 아이들은 20등 이내로 들어왔다. 모의고사는 당연히 오르지 않았다. 나는 부모님들에게 모의고사야말로 6개월 이상 투자해야 성적이 나오는 것이라고 항상 열변을 토했다. 내 혀끝에 진학을 원하는 아이들이 사회로 내몰리는 느낌을 받았다.

나를 포함한 4명은 언제나 월말이면 모여 알함브라, 시두스, 줄리아나, 인터페이스, 얼라이브 중 한 곳을 갔다.

20만원씩 모으면 100만원이 됐다. 룸을 잡고 양주를 두병 시키면 50만원, 엘루이 스위트는 웨이터 태석이형에게 부탁해서 10만원에 잡을 수 있었다.

우리의 가방에는 750ml 6년산 양주가 하나씩 들어있었고 폭탄들을 위한 캡틴큐도 항상 한병씩 있었다.

우리의 정착지가 줄리아나가 된 건 다름아닌 수건 때문이었다.
각자가 수건이 있어야 다음 사람이 안심하고 호텔을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스킬은 높아져 갔고 죽순이 언니들은 익숙해져 갔다.

옥흘라호마 주립대 다닌다는 혀꼬부라진 그녀가 세방실업 경리팀 대리라는 것도
NYU anthropology 석사과정이라던 그 아이가 사실 마포구 염리동 사는 애 둘 낳은 엄마라는 것도 알았을 즈음...

이름마저 혹세무민할 에르메네질도 제냐 양복의 경호가 우리에게 나타난 것이다.
화장실 방향제 같은 냄새가 났다.
그는 역시 에르메스라고 했다.

자신의 여자 친구라고 하며 라틴계 여자의 사진을 보여줬다.
셋방실업 경리팀 대리보다, 마포구 염리동 누나보다 섹시했다.
글로벌적으로다가 놀아나는 그는 경외의 대상이 되었다.

우리는 그를 기꺼이 우리의 성지로 데리고 갔다.

부킹보다 궁금한 게 많았다.
어떻게 사귀었는지 궁금했다.
한강에 노젓는 기분인지도 궁금했다.

무엇보다
암내는 안 나는지가 제일 궁금했다.

경호는 라스베이거스에서 단 40불로 6천불을 딴 이야기부터 그곳에서 만난 창녀와의 총격전과 삼합회의 간부 한 명을 죽일 수밖에 없었던 영화같은 이야기를 쏟아냈다.

“켄터키주”의 그랜드캐니언에서 낙족사 할 수 밖에 없었던 아찔한 순간을 이야기 할 때는 나도 모르게 두 손에 땀이 났다.

우리는 특히 ‘그뤵ㄲ께이어언’이라는 발음에 놀랐다.
조선인의 구강구조상 나올 수 없는 발음이었다.
내가 아무리 프린스턴 의대에서 닥터 하우스에게 포경수술을 받고 스타벅스 종이컵으로 잠지를 가린다고 해도 낼 수 없는 발음이었다.

우리는 이녀석 정도라면 얼마전까지 괌에서 살다가 왔다는, 그래서 번번히 부킹을 와도 제대로 이야기 할 수 없었던 유진(가명)이와도 대화할 수가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경호야, 형들이 가장 아끼는 킹카를 하나 소개해줄게”
“누군데?”
“어, 있어. 얼마전 부킹했는 데 최고였어. 너라면 그 앨 꼬실 수 있을거야.”
“나에게는 엠마가...”
“캐생키ㅡ, 형들의 소원이야...”




괌의 그녀가 들어왔다.
경호는 가볍게 ‘하이’라고 인사했다.





그게 그가 한 마지막 말이었다.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경호는 계산도 하지 않았다.
볼쇼이 아이스발레단 단원과 염문을 뿌리며 소호 거리에서 1992년 빈티지 프랑스 와인을 깠다던 경호가 말이다.

택시비를 빌렸다.

“딸라 뿐이라서....”

친구중 하나가 “에라이 사기꾼 개새끼”라며 뒷통수를 쳤다.
“씨발”
 경호의 입에서 반사적으로 구수한 우리말이 나왔다. 혀끝에서 된장 냄새가 났다.

며칠 뒤, 라틴계 그녀는 ‘엠마누엘 크뤼키’ 사진이었다는 게 밝혀졌다.
그랜드캐니언은 애리조나 주에 있었다.
친구 중 하나는 이태원에서 에메네질도 제냐 짝퉁을 파는 가게를 발견했다.
아마, 향수는 내가 맡았던 방향제 그게 정답이었을 것이다.

훗날, 세월이 지나 경호 동생을 우연히 만날 수 있었다. 언주로 구불리(현재 천진각)에서였다.

유학 뒤 2년 만에 한국에 들어와 3년간 놀다 군대 끌려갔으며 제대 후 아직까지 논다고 했다.

이상한 건 그에게 여자가 끊이지 않는다는 이야기였다. 동생인 자신도 믿을 수 없다고 했다.

나는 경호 동생과 동석한 여자가 듣지 못할 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네 형은 그랜드캐니언이 켄터키주에 있다고 말해도 다들 믿게 만드는 힘이 있단다. 신은 공평하지 않지만 각기 하나의 달란트를 줬지.”
동생은 나의 이 말을 왜 굳이 소곤거리며 말하는 지 이해하지 못했다.

170이 못되는 단신에 강호동만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경호 동생 앞에는 소녀시대 티파니 같이 생긴 여자가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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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뽀얗고 작고 귀여운 여자가 앞자리에 앉았다.

영택이한테 말했다.
"야, 쟤 이쁘다."
영택이는 말했다.
"병시나, 니가 쟬 꼬시면 내가 술값 낸다."

이미 소주 두 병반을 마셨기 때문에 쪽팔림 같은 건 없었다.
아줌마한테 도꾸리 한 병을 시켰다.

도꾸리를 들고 마주보고 있는 테이블로 갔다.
"저, 나쁜 사람은 아닙니다."
그녀는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앉아요."
앉았다.
"액면 딱, 보니까 내가 나이가 좀 많아 보이는 데 말 놓을게요."
"네?"
"오케이, 승락했고."
"네?"
"이름은?"
"네?"

그녀의 눈빛이 "넌 뭐하는 새끼냐?"라고 묻는듯하다. 이럴 때 타이밍을 놓치면 난 한갓 불량배에 불과하다는 것을 짐승같은 감각이 외치고 있었다.

"구면이라서... 몇학년이었지?"
"저, 졸업했..."
"아, 그렇구나. 졸업했구나. 그럼, 지금은...?"
"행정...."
"아, 그래, 어디?"
"저, 공과대.."
"형, 기억나?"
"아뇨"
필사적으로 나를 기억해내려는 그녀였다. 그러나 일면식도 없는 나를 어떻게 기억해 낸단 말인가?

“그러니까 저, 누구더라, 왜 RT 선배 있잖아... 그, 김, 뭐드라?“
“영호 선배요?”
“어, 그때 걔랑 너 같이 보지 않았었나?”
“아, 아니요...”
“아, 그럼 내가 사람을 잘못 봤네요. 으하하하하”
“네?”
“그건, 그렇고... 무슨과 졸업?”
“처...철학과요.”
“아, 내가 또 데카르트랑 친해, 그쉐끼, 합리주의, 맞죠? 미학이랑도 친하고. 18세기 미학사는 내가 다... 오죽 좋아하면 친구중에 김미학이도 있고....”
“저....”
“죄송한데, 저 친구랑 이야기 중인데요.”
“아, 친구분. 죄송. 그럼 이렇게 하죠. 시간을 뺏어서 미안하니까 여기에 있는 술은 내가 살게요. 친구, 친구분 외동딸이죠?”
“네, 헉, 네. 어떻게...”
“친구분 키홀더에 차키가 붙어있는데 이건 친구분 차가 아니야. 보통 여자가 자기차를 가지면 이런 키홀더에 안꽂아. 이건 중년 취향이거든. 보니까 엄마차야.”
“엄마야...”
“뭘, 놀래. 그리고 가족 많은 집은 자식한테 차 안내줘. 그건 몰래 탔을 때나 가능한 건데 친구분 성격에 훔쳐탈 스타일은 아니야. 곱게 자란 외동딸이니까 엄마가 차 내준거지. 차종은 소나타, 그랜저인데 엄마차니까 소나타?”
“네”
“지금 앞에 있는 친구가 우울해서 술한잔 하자고 했지? 그래서 기어나왔지? 나오기 싫은데...”
“네, 어떻게...”
“앞에 앉은 분은 학교에서 지금 나온 복장이야. 불편해보이잖아. 정장바지 투피스에 V넥 원피스에, 울었는지 코쪽에 파운데이션이 살짝 지워져있어.”
“친구분은 대충입고 화장만 했지. 귀걸이, 목걸이 다 없이 세수하고 머리 안감고 바로 나왔잖아. 쪽팔리니까 엄마 차 빌려서...”
 
술기운에 신기가 돈다.

친구가 외동딸이란 건 대충 때려 맞춘거고, 그녀가 남동생이 있다는 것도 얼떨결에 때려 맞춘다. 그녀가 처음 자리 잡고서 남동생과 통화한걸 엿들었다는 건 이야기 안한다.

영택이를 불러 합석을 했다.

철학과 여자를 꼬실 때는 칸딘스키만한게 없다. 여자는 도형과 분할의 개념을 이해하기 어렵다. 모네가 왜 위대한지 여자는 서술로만 기억한다. 보이는 것과 실제하는 것에 대한 인식의 차이는 남자 쪽이 우세하다. 남자는 게임을 통해 공간과 지각, 실제와 경험의 차이를 두드러지게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성경의 족보를 외듯이 줄줄이 외워주면 된다. 아브라함이 이삭을 낳고 뭐가 뭐를 낳듯이... 우리는 모네가 야수를 낳고 실제하는 것이 지각을 낳고 마그리트를 낳고 낳아보니 천재고, 피카소를 거쳐 칸딘스키를 낳고 이게 또 제프쿤스를 낳았는데 이 부러운 새끼는 치치올리나와 결혼을 했다. 예술이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이냐? 세계적인 포르노 배우이자 이탈리아 국회의원과 결혼을 하다니...

이 어린양 둘은 기절한다. 지금 둘이 왜 여기에 있는지는 망각한 채 우리와 앉아있다. 주여, 어린양을 찾지 마소서...

구라는 근거를 뒷받침 할 때 현실이 된다.
디테일의 힘이다.





나는 그날 결국 술을 얻어마셨고 즐거웠다.

작고 뽀얗고 이쁜 그녀는 2002년 5월 결혼을 했다.
난 무척 축하해주었다.
행복하길 바랬고 지금도 바란다.
그녀는 곧 아이를 낳았다.

그리고






붕붕이 엄마가 되었다.

만난지 9년, 결혼한지 8년.
그녀의 남편은 아직도 그녀를 만났던 29살처럼 살고 있으나 그녀는 학부형으로서 마미캅 총무(뭔, 이름이 저따윈가?)도 하고 ‘동화책 읽는 어른들의 모임’(아, 관공서스러운 작명이여)에도 나가고 한다. 자신의 인생을 저당잡아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되었다.

어제, 그녀가 미학오디세이를 다시 읽는다.

난, 점잖게 그 책을 빼앗아 침대 밑으로 던졌다.
“왜그래?”
“나, 내일 민방위 소집이라 7시까지 나가야 해. 여보 불끄자.”









미처, 9년전 내 구라가 뽀록날 것이 두렵다는 말을 못하고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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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27 09:15

박경조 경사(사후 경위진급)가 중국어선의 저항에 삽으로 머리를 맞고 바다에 빠져 죽었다.

서해상 가거도로부터 200해리 지역.

바다는 검은색이었다.
사람이 빠지면 다시 떠오르지 않는 수심이라고 했다.
죽으면 시체도 찾을 수 없다.
3000톤급 경비함에서 비추는 서치라이트에 바다는 유리알 같았다. 파도의 포말조차 일지 않는 10월의 가을바다였다.
밤이면 섹스폰을 부는 함장은 나에게 “뱃사람”을 권유했다. 이런 잔잔한 날은 거의 없다고 했다. 서치라이트에 비춰진 바다 밑에는 커다란 해파리가 보였다. 소복의 귀신같아 보였다. “수온이 올라가면 해파리가 많이 보입니다.” 누군가 그랬다.

3003함에서 박경사의 부인이 위령제를 위해 배위에 올랐다. 그녀는 가거도를 하염없이 바라보다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남편을 잃은 그녀의 슬픔이 먹먹하게 전해올 틈도 없이 카메라 감독에게 외쳤다. “잡았어? 저거 잡았어?” 사람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던 내가 잔인해져 간다. 입이 썼다.

레이더에는 EEZ 경계를 걸치고 중국어선들이 빽빽하게 대기하고 있었다. 저쪽은 20톤급, 우리는 3000톤급. 10배 이상의 성능을 가진 레이더였지만 저쪽은 목선, 우리는 철선이기에 식별거리는 차이나지 않았다. 사자와 하이에나가 먹이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형국이었다.

밤의 바다는 적막했다. 사람들은 보름씩 피붙이들과 생이별을 한다. 8시간 3교대라지만 하루에 한두 번씩 걸리는 단속이면 모두가 나와서 대기하고 출동했다. 한번 출동에 평균 3~4시간. 16시간 근무가 올바른 표현이다.

파고가 높아 단속이 쉽지 않을 때에만 중국어선이 들어온다. 바다가 위험해지면 사람은 목숨을 걸어야 한다. 삶과 죽음의 경계는 단지 난간 하나에 있을 뿐이었다. 가져온 자쿠2.0 샤아는 가조립에 먹선까지 끝나고 데칼만을 남겨놓고 있었다.

고요하지만 긴장은 팽팽하다.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에서 총은 오발위험이 매우 높다. 연막탄은 2초도 안되어 바람에 날린다. 섬광탄은 뒤돌면 그만이다. 중국어선에 접안하는 단정은 8인승 고무보트로 원래 구인용으로 제작된 것이다. 중국어선을 단속하려면 목숨을 내놓아야 한다. Z1 카메라를 두 대째 해먹었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단속에 걸리면 벌금은 5천만 원이었다. 2천만 원이었던 벌금은 중국 쪽에서 우리나라 어선의 불법조업을 적발하면 1억 원의 벌금을 매기면서 올랐다. 형평성 때문이었다. 중국목선이 5천만 원. 잡히면 그들의 인생은 끝난다. 목숨을 걸고 저항을 했다. 그물추를 던지기도 하고 다가오는 단정에 그물을 풀기도 했다. 각목, 삼지창, 낚싯대, 보이는 모두가 무기가 되었다.

바다는 고요했고 낭창낭창한 경찰들의 삶이 찍혔다. 다큐3일, VJ특공대에서나 나올법한 아이템이 되고 있었다. 결정적인 장면에서는 카메라가 바닷물에 제기능을 못했고, 준비를 하고 있으면 바다는 유리알로 변했다.

목숨을 건 현장이 잡히지 않고 나이브한 일상만 잡혔다.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술을 마시고 싶었지만 술을 가져오지 않았다. 애꿎은 담배는 하루 두 갑에서 세 갑으로 늘어났다.

침대에서 자고, 씻고, 제대로 된 밥을 먹었지만 마음은 편치 않았다. 시베리아 호랑이를 쫒고, 지리산 반달곰을 쫒고, 태백산맥에서 청설모를 찍을 때는 몸이 고생하니 마음적으로는 평온했다. 몸이 편하자 마음이 가시방석 위에 올랐다.


10월 말이되자 바람이 거세졌다.
가거도 인근 50해리 안쪽에서 거세게 저항하는 중국어선을 담을 수 있었다.
군산항에서 150해리 인근에서도 불법조업하던 어선을 잡았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부산에서 수리중인 3003함 직원을 인터뷰했다.
박경조 경위 사망 당시 상황을 찍은 채증용 Tape이 10여개 있다고 했다. 우리가 본 건 60분짜리 하나뿐이었다. 목포로 다시 내려가야 했다. 편집을 하기위해 올라온 나를 제외하고는 조연출, 카메라, VJ 모두가 현장에 나가있는 상황이었다. 혼자 내려가서 생길지도 모를 만약의 사태가 두려웠다.

서장과 독고다이를 떴다. 난 테입을 던질듯이 들이댔다. 나이브한 일상만 있는 해양경찰의 모습이 나가고 싶으면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 배는 정박지를 벗어나면 서해청장 관할이었기에 그는 자리를 보전할 수 있었다. 태풍을 태풍의 눈에서 피한 위치가 얼마나 위태한 자리인지 잘 알고 있었다.

결국 수사과는 이틀동안 퇴근하지 못했다. 모든 캐비넷이 열렸고 14개의 테입을 회수했다. 서치라이트가 꺼져 까만 화면에 점 세 개만 보이는 화면에는 당시의 육성이 오롯이 살아있었다.

음성만 카피하는데도 소름이 돋았다.

“경조, 우리가 못찾으면 우린 다 같이 죽는거야”
“야, 옷 다 벗고, 무장 안하고 안잡을테니 경조만 내달라고 해!”
“아, 어떻게.. 경조가 중국배에 없답니다.”

사고당시 함에서는 박경조 경사가 중국배에 승선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높은 파고에 서치는 비켜갔고 그가 떨어질 때는 단정의 코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고생한만큼 결과는 좋았다. 11.2%
KBS스페셜 3년간 최고의 시청률이었다.

살다가 잊을지 몰라 흔적으로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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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의 가을은 추웠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풍족했던 돈은 오링이 났다.

성범이의 큐백을 메고 여름을 보냈다. 전국의 동네 당구장을 돌며 당구를 쳤다. SBS 대학당구선구권 대회에 나가기 전 마지막 찬스라고 했다. 오후에는 당구로, 밤에는 바둑이로 동네를 쓸었다. 100만원을 따면 50만원을 뱉었고 200만원을 따면 150만원을 뱉었다.

“더 따면 네가 어떻게 막아줘도 등 따인다.”

먹고 마시고 자는 데 하루 20만원이 들었다. 성범이는 언제나 반으로 나눴다. 일당 15만원이면 제법 돈이 됐다. 여름방학이 지나자 각자 400만 원정도 쥘 수 있었다.

성범이는 휴학을 했다.
나는 알토란같은 400만원을 어떻게 하면 잘 쓸 수 있을까 고민했지만, 그런 게 고민으로 잘 써질 수 있는 돈은 아니었다. 돈의 8할은 유흥비로 2할은 숙박비로 나갔다.

1998년의 가을은 추웠다.
강남역에서 술을 마셨다. 후배가 소개시켜준 여자는 직립보행만 했을 뿐이지 영장류라고 보기에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현실을 도망치지 위해 술을 마셨다. 그녀의 차가 아카디아란 것도, 아버지가 용인의 땅부자란 것도 잊고 싶었다. 헤어질 말미에 “내 친구, 멋진 친구, 영택이를 소개시켜 줄게.”라는 대사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영택이한테는 아직도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줬다.

새벽 2시의 강남역은 번잡했고, 머릿속은 술로 복잡했고, 모든 게 뒤엉켜 있을 즈음, 나를 살리는 전화한통이 왔다. 잽싸게 ‘걸면 걸리는 걸리버’PCS폰을 열었다. 성범이었다.

“야, 학교로 와라. 잡아 놨다.”
“옥훼이” 풀리지 않는 혀로 대답을 하고 택시를 찾았다. 강남역에서 택시 잡기란 불가능해 보였다. 마침 ‘경희대’로 가는 버스가 보였다. 양재방향이었다. 의심이 갔다. 계산을 싫어하는 내 머리는 명령했다.
“병신아, 걱정 마. 돌아서 가겠지.”

버스를 타고 살짝 잠이 들었다.
눈을 떠보니 고속도로를 달리는 버스에 내가 타고 있었다. 비틀거리면서 기사에게 다가갔다.
“아저씨, 이거 경희대 안가요?”
“가는 중입니다.”
“근데 왜 시골이에요?”
“아, 수원 가니까…….”
“세워주세요”
“뭐, 미친…….”
“세워주세요!!!!!”
내가 낼 수 있는 최대한의 고함이 나오자 버스기사는 고속도로 같은 곳 갓길에 차를 세웠다. 내리자마자 후회가 되었다. 고속도로에서는 택시를 잡을 수 없다는 걸 버스가 지나가자마자 깨우쳤다.
머리보다 몸이 한박자 빠르면 고생하는 것은 몸이다.

술김에 미친척하고 고속도로를 건넜다. 양쪽에서 헤드라이트가 무섭게 희번뜩 거렸다.
중앙분리대를 넘어가자 노숙자가 되었다. 온 몸에 검은 분진이 묻었다.
반대편으로 넘어가는 건 성공했지만 가는 길이 막막했다.

일단 걷기 시작했다.

고속도로에서 검은 분진을 뒤집어쓴 184cm의 술에 쩐 괴물을 받아줄 자비는 없었다.
칼바람에 몸은 얼어붙었고 죽지 않으려면 걷는 수밖에 없었다.

세 시간쯤 걸었을까?
동이 터오기 시작했다.
문제는 항문 쪽에서 터졌다.

술 마신 상태에서 찬바람을 맞고 걸었더니 설사가 요동을 쳤다. 직장은 문을 열어달라고 아우성을 쳤다. 괄약근은 “난, 더 이상 못해!”라고 파업을 불사할 태세였다.

고속도로 오른편에는 누렇게 익은 벼가 고개를 숙이고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논, 쭈구려 앉으면 누구에게도 걸리지 않을 것 같았다. 비탈을 굴러 내려왔다.

동트는 새벽에 찬 공기가 폐를 훑고 지나갔다. 몇 대의 벼이삭을 뽑으면 휴지는 필요할 것 같지 않았다.

논에 들어갔다. 혹시 모를 침입자에 대비해 고속도로 쪽으로 자리를 잡고 엉덩이를 깠다.
항문이 행복에 겨워 울었다.
직장이 포효했다.
잠시, 힘들었던 3시간의 도보가 말끔히 잊히고 있을 즈음…….

“구잉, 구웽웽웽~” 소리가 들렸다.
‘멧돼지일까?’
‘새벽에 먹이를 구하러 온 산짐승일까?’
오만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두려움에 신에게 빌었다.
“제발 멧돼지만 아니게 해주세요. 이대로 엉덩이 까고 죽으면 뉴스에 뭐라고 나오겠어요?”

“20대 신원불명의 남자, 온몸에 분진을 뒤집어 쓴 채 엉덩이 까고 멧돼지에 물려 사망”
생각하기도 싫은 헤드라인 기사였다.








순간, 갑자기 모든 게 환해졌다. 영화에서만 보던 플래쉬 효과가 현실에서 나타났다.

내 앞이 뻥, 뚫렸다.
앞에서 콤바인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벼를 베어갔다.

난, 엉덩이를 깐 채, 드넓은 고속도로와 쌩으로 마주하는 상황이 되었다.

간절히 바랐지만 바라던 “신은 죽었다.”

고속도로에게 난, 그렇게 한참을 맨몸으로 맞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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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고향 소재지가 나왔다.
5시 30분.
거기서 잤다가는 토막살인이라도 당할 것 같은 두려움이 엄습했다.
“양현아, 산 하나 더 넘자.”
“응”

1997년 6월.
뜬금없이 자전거가 사고 싶었다.
중국제 알톤 자전거는 12만원이었고 허우대는 멀쩡했지만 브레이크를 잡아도 미끄러졌다. 떡본 김에 제사를 지낸다고 여행이 가고 싶었다.

“형, 자전거로 여행이나 가자.”
“그래.”
재웅이 형은 별생각 없이 그러자고 했다.
우리는 생각이란 걸 하기에는 너무도 가냘픈 머리를 갖고 있었다.

6월 20일 자전거를 타고 잠실로 가서 재웅이형과 합류했다.
오후에는 교부문고에 들러 도별 지도를 샀고 찬거리를 샀다. 스팸, 김치, 삼겹살, 멸치볶음 및 각종 밑반찬을 때려 넣고 찌개를 끓였다. 먹을 만 했다.

아침부터 비가 왔다.
오전이 지나자 엉덩이가 아려왔다. 생리대를 한봉지 사 안장에 붙였으나 곧 떨어졌다. 5~6세용 하기스 몇 겹을 안장에 감고 박스 테입으로 둘렀다. 엉덩이가 날아갈 것 같았다. 그깟 전립선 안장 따위....

첫날은 홍천의 어느 논바닥에 텐트를 쳤다.
밤하늘의 별을 세다 잠이 들 줄 알았다.

빌어먹을 개구리 새끼들은 잠들만 하면 울어댔다.
울다 멈추다, 울다 멈추다, 노이로제에 걸리는 줄 알았다. 그날 이후 논바닥에 텐트를 친 적이 없다. 홍천을 떠나 인제, 원통을 거쳐 삼일 째 한계령에 도착했다.

저것만 넘으면 불행끝 행복시작이다. 우리에겐 진리의 7번국도가 해변을 따라 있을테니...

한계령을 넘어 하조대에 도착하니 세상이 내 것 같았다.

하조대 백사장에 우뚝 솟은 바위 위에서 삼겹살을 구웠다. 파도가 치면서 삼겹살에 간을 해줬다. 소금을 찍어먹지 않아도 간이 맞았다. 주량이 약했던 형은 그날 텐트에서 자다가 토를 했다. 멀리 나가지 않아도 됐다. 목만 내놓고 구덩이를 파면 바로 토를 할 수 있었다. 백사장은 만물을 보듬는 어머니.

하조대에서 강릉을 지나자 7번국도가 웬수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강원도는 산넘어 마을이었다. 7번 국도는 태백산맥의 끝줄기를 타고 넘실댔다.

내리막길이 원망스러워지기 시작했다. 5일째인지 6일째인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황영조 마을을 지나서였던 것은 확실하다.

7번국도를 따라 마을마다 노란 간판이 세워져 있었는데 노란 간판에는 ‘전설의 고향 소재지’라고 적혀있었다. 산을 하나 넘는데 어림잡아 4~5시간. 좀 무리를 하기로 했다. 인적없는 마을에 을씨년스러운 기분은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것이었다.

비가 왔다.

내 판쵸우는 빨간색이었다. 자전거가 달리니 얼굴 사이로 바람이 들어와 어깨가 1미터쯤 됐다. 빨간 어깨의 그 무엇이 들썩거리지도 않고 지나가니 마주오던 차들은 겁에 질려 상향등을 켰다. 상향등에 눈이 부시면 2~3초간 앞이 보이지 않았다. 위험했다.

“씨발, 차들 때문에 앞이 안보여”
“야, 네 덕분에 저 차에 있는 사람들은 오늘 일기 쓸거야. 귀신 봤다고...”

정상에 오르니 2층짜리 하얀색 건물이 넓은 앞마당과 함께 오른편에 나타났다.
정신병원이었다.
야트막한 나무담이 자전거를 탄 내 가슴께 정도 되었다.

“꺄아아아악~” 건물에서 비명이 들렸다.
“으아아아아악~” 나도 비명을 질렀다.

건물 안에서 어떤 여자는 1미터 너비의 빨간색 어깨가 들썩거리지 않고 지나가는 유령을 봤다.

난, 머리를 풀어헤친 채 흰 옷을 입고 비명을 지르는 귀신을 봤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누가랄 것없이 미친듯이 서로 비명을 지르며 서로의 시야속으로 사라졌다.

내리막길에 들어서자 수백마리의 하루살이들이 입으로 들어왔다. 몇 개는 목구멍으로 들어갔다. 어렸을 때 티나 크래커를 먹다가 잠든 후 아침에 다시 먹은 적이 있다. 입에서 불개미가 기어 나왔다. 불개미가 까맣게 붙어 있었다. 그 이후로 오랜만에 맛보는 곤충의 맛이었다.

경상북도부터는 길이 편했다. 울산, 포항을 거쳐 부산에서 배를 타고 제주도를 갔다.

북제주군 조천읍 신천리에서 수박을 뽀리 까다가 걸렸다.
아저씨랑 3만원에 합의 봤다.
함덕해수욕장에서 짐을 풀었다.
여자를 드디어 꼬셨다.

7살이라고 했다. 뒤웅박 팔자.

성산에서는 돈내기가 싫어 새벽 2시에 몰래 일출봉에 올랐다. 백록담소주 한 병과 한라산 소주 한병을 양파링 한봉지로 깠다. 침낭을 뒤집어 쓰고 침낭 앞에다 “일출시에 깨워주세요.”라고 썼다. 달은 휘영청 밝은 보름달이었다. 1997년 7월 4일이었다. 마지막 밤은 그렇게 보냈다.


눈을 떠보니 9시였다. 포스트잇에 쓴 “일출시에 깨워주세요”는 바람에 날라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자전거는 택배로 붙이고 비행기로 서울을 왔다.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되었고 잊혀지지도 않는다.







어제, 붕붕이와 최후의 야구결전을 위해 발산중학교를 찾았다. 둘만의 야구시합이 28대 22로 끝났다. 내가 이겼다. 아빠는 늘 강한 존재여야 한다.
농구코트에서는 고등학교 2학년 친구들 5명이 농구를 하고 있었다. 엉겨서 같이 한 게임을 뛰다가 허리를 삐끗했다. 이제, 난 보름짜리 자전거 여행을 갈 여유도 없고 체력도 안되는 37살임을 절감했다. 꿈은 아이에게 넘겨줘야 할 때라 생각했다.

아직 늙지 않은 것은 구라와 손가락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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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나는,
스물 넷의 복학생이었다.

바람은 불고, 비가 내렸다.

아무도 없는 공강의실에 앉아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후배가 헐레벌떡 뛰어 올라왔다.

80%가 남자인 법대에서 볼 수 없는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그해 여름, 우리는 부산으로 여행을 떠났다.
에버랜드의 가을도 즐거웠다.
나는 부추전을 잘했고, 그녀는 부추전을 잘 먹었다.

별 이유도 없이 누구들처럼 늘, 헤어짐은 있다.

그녀는 결혼한다며 전화를 했다.

군수 아들이라며 걱정없이 살거란다.

잘, 살아라.


나도 결혼을 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갔다.

더 할 것 없이 아내와는 행복하고 아이와는 즐겁다.

머릿속에 스물네살, 비오던 공강의실은 유독 지워지지 않는다.

노래는 마음을 아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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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it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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